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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의 미래를 열다 - nTop 음함수 모델링

글 : 박지민 선임 엔지니어, 임승재 대표 (하비스탕스(주)) / sj.leem@harvesta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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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엔지니어링 환경의 변화

오늘날 제품 개발은 전례 없는 속도로 빨라지고 있으며 동시에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구조적 특성, 열·유동 특성, 재료 특성뿐 아니라 소비자 요구까지 복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의 발전은 형상 자유도를 획기적으로 확장시켜 제품 개발 범위와 엔지니어링 가능성을 크게 넓혀주고 있다. 항공우주, 의료, 로보틱스,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는 경량화와 고성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며, 더 나아가 고객 맞춤형 생산에 대한 요구도 점차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CAD에서 흔히 사용하는 경계 표현(B-Rep, Boundary Representation) 방식은 형상이 복잡해질수록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데이터 크기가 과도하게 증가하기 쉽다. 이로 인해 설계 자동화나 데이터 기반 설계로의 확장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따른다.


2. nTop의 3가지 특징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이 바로 Implicit Modeling(음함수 모델링)이다. 음함수 모델링은 점·선·면과 같은 요소가 아니라 수학적 함수를 기반으로 형상을 정의하는 경량화된 3차원 객체 표현 방식이다. 경계 표현(B-Rep) 방식과 달리 음함수 모델링은 기하학적 복잡성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형상을 정의할 수 있다. 복잡한 3차원 다공성 구조나 미세한 텍스처 구조까지도 정밀하고 가볍게 표현할 수 있으며, 수많은 Boolean 연산과 같은 복잡한 모델 수정 과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음함수 모델링은 Unbreakable Modeling이라 불리기도 한다.

nTop은 음함수 모델링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세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플랫폼이다. nTop은 단순히 새로운 모델링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구축되었다. nTop은 물리적 성능을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직접 설계 파라미터로 반영할 수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바로 Field-Driven Design이다. 예를 들어 구조 해석에서 얻은 응력 값을 바탕으로 다공성 구조의 밀도나 두께를 다양화하거나, 열 유동 해석 결과를 기반으로 냉각 채널의 형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설계와 엔지니어링 데이터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항공우주 기업들은 nTop을 활용해 경량화와 열 관리 성능을 동시에 개선하기도 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기존 설계 대비 무게를 50% 이상 줄이고, 부품을 일체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의 CT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임플란트를 설계할 수 있었으며, 환자의 골밀도나 생체 적합성을 설계에 반영할 수도 있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냉각 채널의 최적화, 브라켓의 경량화 등 성능과 제조를 동시에 고려한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nTop의 강점은 단순히 모델링 커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이고 대량 설계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nTop Automate라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래밍 환경에서 nTop 설계 워크플로우를 실행할 수 있으며, 다른 CAD, CAE, MDO 툴과도 통합할 수 있다. 이는 설계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작업 방식을 표준화하고 자동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더 나아가, 엔지니어가 축적해 온 설계 지식과 노하우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




nTop은 지난해 새롭게 자신들이 개발한 Implicit Modeling Kernel을 공개하면서 기술적 진화를 또 한 번 보여주었다. nTop 5.0에서 발표된 이 커널은 수백 개의 Boolean 연산이나 복잡한 격자·텍스처가 포함된 모델을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이는 곧, 기존 CAD 환경에서 며칠이 걸리던 작업을 몇 분 내에 끝낼 수 있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렌더링과 메쉬 생성 속도 역시 크게 향상되어, 설계와 해석, 제조 준비의 전 과정이 훨씬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3. 국내 적용 사례

(1) 자동차

EGR 쿨러는 자동차 엔진룸에서 연소하여 나온 가스를 추출해 냉각수로 식힌 후 연소실로 재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본 사례에서는 nTop을 활용해 내부에 3차원 TPMS(Triply Periodic Minimal Surface) 구조를 적용해 재설계하였다.

TPMS 구조는 단위 공간을 곡면을 기준으로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 특성을 지니며, 적층제조 기반 열교환기 설계에 널리 활용된다. 본 사례에서도 이 구조를 EGR 쿨러에 적용하여 표면적을 확대하고 유체 흐름을 개선함으로써 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TPMS 구조는 3D프린팅 시 자가 지지가 가능해, 금속 적층제조에서 흔히 발생하는 내부 서포트 제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TPMS 구조가 적용된 EGR 쿨러]


nTop으로 설계한 후 CFD 소프트웨어로 해석을 진행한 결과, 기존 모델 대비 열전달 면적이 약 70% 증가하여 출구 온도를 낮출 수 있었고, 보일링 영역을 20%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브라켓은 위상최적화 설계를 통해 중량을 약 50% 절감할 수 있었으며, 이 성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제작사와 수요기업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금속 PBF 방식으로 출력된 EGR 쿨러]



[EGR 쿨러 내부] 


(2) 와이어 아크 용접

와이어 아크(Wire Arc) 방식의 용접 공정에서는 용접 비드의 산화 방지를 위해 아르곤 가스를 도포한다. 현장에서는 보통 쉴딩 박스를 임시로 만들어 가스 도포용으로 사용한다. 용접 대상의 형상과 금속 소재를 모두 고려해 제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로가 구현되지 않은 쉴딩 박스는 아르곤 가스 투입 대비 산화 방지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용접 환경과 토치 구조가 바뀌면 브라켓 체결이 완전히 되지 않아 효율이 더욱 낮아졌다. 



[기존 자체 제작한 쉴딩 박스] 


[TPMS 모델로 금속 3D프린팅 한 쉴딩 박스]


EGR 쿨러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된 TPMS 구조를 본 사례에서는 쉴딩 박스 내부의 가스 유로 형상으로 적용했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르곤 가스 유량을 고르게 분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박스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유로 구조의 조밀도를 달리하여 위치별 유량 차이를 줄여 가스 분사 균일도를 향상시켰다. 

[기존 용접 비드(좌)와 TPMS 쉴딩박스 비드(우)]

[TPMS 쉴딩 박스를 장착해 용접 중인 모습] 

그 결과, 우측 상단의 사진과 같이 기존에 비해 산화 방지 효과가 극대화되어 용접 비드 품질이 대폭 향상되었다. 낭비가 심했던 아르곤 가스 소모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쉴딩 박스와 브라켓을 따로 제작하여 공급하는 데 5일이 걸렸는데 이를 일체화함으로써 이틀 내에 조달했다. 비용, 시간, 품질 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4. 음함수 생태계 구축 
현재 음함수 포맷은 기존 CAD/CAE 툴에서 널리 사용되는 메쉬(mesh)나 경계 표현(B-Rep) 기반 포맷과 달리, 아직까지 툴 간의 호환성 제약이 존재한다. nTop은 Implicit Interop(음함수 상호운용성)과 nTop Core라는 두 가지 전략을 통해 이 한계를 체계적으로 극복하며, 음함수 기반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출처: nTop 홈페이지]

Implicit Interop은 대용량의 정밀 기하 정보를 복잡한 메쉬 없이도 몇 메가바이트 수준의 가볍고 손실 없는 파일로 전송할 수 있도록 설계된 .implicit 파일 포맷 기반의 데이터 전송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제조, 설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간에 직접 .Implicit 파일을 주고받는 네이티브 연결 및 플러그인을 지원한다. 실제로 Siemens Energy의 고성능 열교환기 설계는 Implicit Interop을 통해 EOSPRINT로 전송되었으며, 그 결과 파일 크기가 몇 MB 수준으로 줄어들고, 생성 속도는 기존 대비 500배 빨라져 제조 과정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었다.



[출처: nTop 홈페이지]

한편, nTop Core는 개발자 라이브러리로 제공되어 타 소프트웨어들이 Implicit 모델을 직접 임포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B-Rep 혹은 메쉬로의 변환 없이도 음함수 모델을 그대로 CAD, CAE, 제조 준비 워크플로우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구조 해석, 유동 해석, 빌드 준비 소프트웨어와의 원활한 통합이 가능하다. 나아가 nTop 5 버전부터는 이러한 플랫폼 전략이 더욱 확장되어, Autodesk Fusion, Materialise Magics 등 제조 및 CAD/CAM 생태계와의 Implicit Interop이 강화되었다. 또한 Hexagon의 scSTREAM, Intact.Simulation 같은 시뮬레이션 도구와도 깊은 통합을 이뤄, 음함수 설계 데이터를 메쉬 변환 과정 없이 CFD나 구조 해석으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출처: nTop 홈페이지]

5. 결론 
nTop은 단순한 설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설계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 nTop은 성능 중심의 설계, 해석 기반의 최적화, 제조 연계 및 자동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플랫폼이다.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음함수 모델링 기반의 nTop은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 있으며, 기존 CAD와 함께 미래를 선도하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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