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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M은 아직 살아 있는가?

글 : 명세현 (영산대학교 수소시스템공학과 iPLM 연구실) / msh@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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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과 AI 시대에도 진화하는 제품 수명주기 관리의 힘

1. PLM, 어디서 시작했는가

‘제품 수명주기 관리’라는 긴 용어보다 ‘피엘엠(PLM)’이라는 발음으로 더 친숙한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은 1990년대 CAD(Computer-Aided Design)와 PDM(Product Data Management)에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PLM은 단순히 설계도면과 부품 정보를 관리하는 도구로 여겨졌다. 버전 관리, 협업 지원, 변경 추적 정도가 주된 역할이었다.

그러나 자동차, 항공기, 선박, 전자제품처럼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의 부품이 결합된 초정밀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PDM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제품 개발이 글로벌 공급망, 다국적 협업, 규제 준수, 품질 관리까지 아우르는 복잡한 과정으로 확장되면서, 제품의 기획에서 설계, 제조, 서비스, 단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PLM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 PLM은 ERP, SCM과 더불어 제조업 전사 정보관리 시스템의 ‘트리니티’를 구성하며,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여기서 트리니티는 성경의 3위일체라기 보다는 DC Comics의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에 더 가깝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가솔린 세단은 약 3만 개, 하이브리드 차량은 3만 5천 개, 전기차는 2만 개에 달하는 부품으로 구성된다. 항공, 선박의 경우는 더 방대하다. 이런 부품 체계를 PQCD(생산성/품질/비용/납기)의 균형 속에서 조율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 관리로는 불가능하다. PLM은 바로 이 복잡성을 극복하게 해주는 ‘디지털 신경망’으로 기능해 왔다.

아래 그림은 PLM 시장조사기관과 전문컨설팅 업체 그리고 메이저급 PLM 솔루션 회사가 주창하는 PLM의 여러 정의들을 문장내 빈도수에 따라 단어의 크기를 달리하여 보여주는 워드 클라우드 (Word Cloud)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을 살펴보면 몇 개의 주요 단어들이 눈에 띈다. PLM, Business, Product, Process, Definition, Information, Management 등이 그 것인데, 이들 단어를 조합해서 의미를 살펴보면 PLM은 “비즈니스를 위해 제품과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정보를 관리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PLM의 정의들을 분석하여 생성한 워드 클라우드


2. PLM은 왜 여전히 필요한가

“제품은 회사를 정의한다.” 제조업에서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따라서 제품의 전 생애를 다루는 일관된 정보 시스템의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오늘날 글로벌 제조업 환경에서 PLM은 더 이상 도입 여부를 논하는 단계가 아니다. CAD나 워드프로세서를 쓰는 것처럼, PLM 또한 자동차, 항공, 조선, 전자와 같은 복합 산업에서 반론의 여지가 없는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이제 과제는 ‘도입’이 아니라 ‘고도화’다. 즉, 부문별로 편차가 있는 PLM 활용 성숙도(Maturity)를 끌어올려, 기업 전체를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 남은 숙제다.


3. 디지털 혁신과 함께 진화하는 PLM

최근 PLM은 단순한 데이터 관리에서 벗어나 디지털 혁신의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PLM은 글로벌 협업과 유연한 접근성을 보장하며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과의 결합을 통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개념이 디지털 쓰레드(Digital Thread)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 디지털 쓰레드는 제품의 설계, 제조, 품질, 서비스 데이터를 하나의 연속적인 데이터 흐름으로 통합한다. 덕분에 기업은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신속히 추적하고, 설계 변경 효과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 디지털 트윈은 실제 제품이나 공정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시뮬레이션과 예측을 가능케 한다. 항공기 엔진의 유지보수 주기를 예측하거나, 자동차 충돌 테스트를 가상 환경에서 반복 수행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CPS(Cyber Physical System, 사이버 물리 시스템)가 더해지면, PLM은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 설비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공정을 최적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4. 인공지능과 결합한 지능형 PLM

PLM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는 방대한 PLM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며, 예측과 최적화를 지원한다.

- 설계 최적화 : 과거 설계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학습한 AI가 최적 설계안을 제안한다.

- 예측 유지보수 : 센서와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준다.

- 공정 자동화 : 생산 데이터의 이상 패턴을 감지하고 즉각 대응하여 효율을 높인다.

- 맞춤형 제품 설계 : 고객 요구사항과 생산 제약 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개인화 제품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이처럼 AI와 결합한 PLM은 단순 기록 관리에서 벗어나, 미래를 예측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지능형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어쩌면 근 미래에는 신제품 설계와 제품 정보관리를 AI에게 맡기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


5. DPP 규제 대응을 위한 PLM

PLM이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설계 데이터, 부품 이력, 제조 프로세스 등을 관리하는 체계라면, DPP (Digital Product Passport, 디지털 제품 여권)는 EU에서 추진 중인 제품 이력, 탄소발자국, 재활용 가능성 등을 추적하는 디지털 문서로서, 완성된 제품이 시장에 나간 뒤, 유통, 사용, 재활용 단계까지 이어지는 전체 라이프사이클 투명성을 보장하는 장치다. 결국 DPP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 출발점이 바로 PLM이다. 다시 말해 PLM은 DPP의 ‘데이터 엔진’이자,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를 위한 디지털 기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6. 지속 가능성과 PLM

PLM의 진화는 단순히 효율성 제고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기업이 직면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 속에서, PLM은 지속 가능성의 도구로도 활용된다.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탄소 발자국을 추적하고,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며, 폐기 과정까지 관리하는 것이다. AI 기반 PLM은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7. 결론 – PLM은 죽지 않았다

PLM은 더 이상 ‘옛날의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아니다. 항공, 조선,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된 실무적 필요는 오늘날 디지털 전환, AI, IoT, CPS, ESG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졌다.

결국, PLM은 제품 개발과 생산 및 운영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해결하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다. 산업 현장은 매일 이를 증명하고 있다. “PLM은 아직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PLM은 죽지 않았고 살아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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