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펀치카드란?
1970년에 서울대가 전자계산소 발족과 함께 IBM의 "IBM 1130"를 도입했다[1]. 필자는 1973년에 대학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한 시기는 1977년 대학원을 다니면서 사용한 서울공대 전자계산소의 컴퓨터이다. 이 컴퓨터가 학교 내의 유일한 컴퓨터였으며, 메인프레임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그림 1과 같은 펀치카드로만 입력이 가능했다.
(그림 1) 펀치카드 [2]
펀치카드는 1개의 열이 글자 한 개에 해당한다. 한 카드에 열이 80개로 이 중 사용자(프로그래머)는 72개 칼럼, 즉 72개의 글자(character)로 한 줄의 소스 코드를 생성했다. 필자의 석사논문을 위한 설계최적화 프로그램이 2개의 펀치카드 박스로 완성되었으니, 1000줄 정도의 소스 코드로 구성된 Fortran 프로그램이었다. 1974년에 준공된 현대 울산조선소에 도입된 컴퓨터에서는 선박 도면을 컴퓨터가 그려내고 있어, 제도 작업의 자동화가 가능했다. 스웨덴에서 도입된 Viking이라는 CAD 시스템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필자가 1984년에 떠난 해외 유학의 목표는 CAD를 개발하는 기술을 배우고 귀국하는 것이었다.
2. 캐드캠학회의 설립과 CDE학회로 발전
1993년에 카이스트 산업공학과에서 캐드캠 워크샵이 개최되었다. 최병규 교수님이 주도하신 행사였다. 그 후에 워크샵에 모였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학회가 1995년에 설립되었다. 회장은 배순훈 당시 대우전자 회장님이었고 2명의 부회장은 최병규 교수, 서울대 이건우 교수, 필자는 총무이사로 참여하였다.
배순훈 회장님은 1998년에 제4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하셨고, 2대 학회장 이셨던 SDS의 남궁석 사장님은 제5대 정보통신부 장관이 되셨다. 이후에 학회에서는 ‘캐드캠학회장을 역임해야 정통부 장관이 가능하다’는 농담도 있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기업체에서 학회장을 맡는 전통을 가지다가, 2013년의 10기 최영 회장님 이후로 주로 학교에서 회장을 맡아 오고 있다.
산업계에서 CAD/CAM이라는 용어보다는 PLM 등 새로운 용어들이 사용되면서 건축, VR 등 새로운 기술들을 담아내기에 캐드캠이라는 용어가 좁다는 의견들로 2015년에
CDE학회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3. 진정한 산학협력을 위하여
일반적으로 상아탑과 산업현장은 떨어져 있다. 그 거리는 얼마나 될까? 필자가 전공한 조선소들은 울산, 거제, 목포 등 바닷가에 위치하여 물리적인 거리도 상당하다. 지난 40년간 매년 2회 정도는 조선소를 방문하였으니 총 100회 가까이 조선소를 다녔지만 그 넓은 조선소의 작은 부분만 보고왔고, 그나마 대부분이 설계실이나 연구소 건물을 방문하고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부러운 이유는 교수연구실 가까이에 수술실이라는 현장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 기술이나 장비 또는 신약이 개발되면 많은 환자들의 치료를 통해 그 효과를 직접 확인이 가능할 터이다.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입장의 차이에 따른 거리가 더욱 클 수고 있다. ‘새로움’이 중요한 가치인 학교와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 현장의 입장 차이 사이에는 환자와 의사보다도 더 큰 거리가 존재할 수도 있다.
4. 팔로워에서 선두 주자로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다고 한다. 50년 전에 시작한 현대조선소에서 철판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장비들은 유럽에서 수입하였으며, 선박의 도면은 일품도(piece drawing)까지도 영국의 조선소에서 도입한 초보 조선소였는데 이제는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서 최고 기술이 필요한 LNG선과 해양플랜트를 대량으로 설계와 생산을 하고 있다.
50년 전에는 대학의 상아탑도 유학을 통한 학문 수입에 매진하는 팔로워 집단이었고, 산업 현장도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에 매진하는 팔로워로, 서로 선진 기술을 배우느라 쫓아가느라 바쁜 기간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배움을 전달할 선두가 없이, 한국이 맨 앞에 서야 하는 입장이다. 차세대 LNG선박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LNG 화물창 기술을 개발하고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엔진을 구매해야 하겠지만 이들을 묶어 새로운 차세대 LNG선박을 창출하는 것은 1등하는 한국 조선소들의 몫이다.
정글을 앞장서서 헤쳐 나가는 것은 뒤를 쫓아가는 일보다 훨씬 힘들다. 잘못된 선택으로 뒤돌아 되짚어 또다른 방향을 탐색하는 일은 많은 경험과 시도를 필요로 한다.
상아탑은 선발부대나 탐색조에 해당하는 업무에 익숙하다. 본진을 위험에 떨어지지 않도록 작은 몸집으로 다양한 시도에 최적화되어 있다. 선진 한국은 이제야 말로 진정한 산학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로가 잘하는 영역에서 서로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1등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겠다.
CDE학회에도 출연연구소 소속의 회장님들이 소임을 맡게 되었고, 앞으로 러닝메이트로 산업계 인사들이 회장단에 더 많이 합류하게 되어, 설계 및 생산(구현)의 자동화라는 학회 본연의 역할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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