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 조선해양산업에 의해 세계 발전을 견인한 시대를 ‘대항해시대’라 한다면, 현재는 바야흐로 ‘대 AI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세계 각지, 다양한 산업, 예술, 인문학에까지 AI가 그 영향을 늘려가고 있다. 고전역학 혹은 뉴턴역학의 시대라고 불리던 19세기 이전부터,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함께, 근사적인 이론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이론화되지 않는 현상을 실체화하기 위해 AI의 활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 조선해양산업 분야에서도 다방면으로 AI를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I’라는 단어는 최근 일상, 뉴스 기사, 주변 사람과의 대화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의 하나이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도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 ‘조커’로 유명한 호아킨 피닉스 배우가 열연한 ‘her’가 대표적이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한 번쯤 보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 AI라는 용어가 좀 더 가까워진 현실의 기술로 다가왔을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이 2016년이니,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 생활 다방면에 AI라는 단어가 파고든 것이다. AI의 역사를 모두 나열하기에는 너무나 장황하기에 주요한 사건만 정리하여, AI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다.
AI는 사람처럼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본격적인 AI 기술의 역사는 약 80년 정도 되었다. 1943년 Warren McCulloch와 Walter Pitts는 최초로 뇌의 뉴런 개념을 발표했다. 이후 1950년 Alan Turing이 AI가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졌는지 테스트할 수 있는 유명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발표한다. 이 시기를 AI의 태동기라 할 수 있다. 이후 1957년 Frank Rosenblatt가 로지스틱 회귀의 초기 버전인 Perceptron의 개념을 발표하고, 1959년 David Hubel과 Torsten Wiesel이 고양이를 사용해 시각 피질의 뉴런 기능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며 AI의 황금기가 도래하였다. 하지만 컴퓨터 성능의 한계와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의 한계로 인해 AI 기술의 꿈은 20년대 초까지 허상이 되어가는 듯하였다. 이 시기를 흔히 AI의 겨울이라 일컫는다.
AI의 겨울에도 여전히 AI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의 연구가 차츰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다시 AI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2012년 Geoffrey Hinton 팀이 이미지 분류 대회인 ImageNet에서 합성 신경망을 이용한 AI(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로 기존의 방법을 압도적인 성능으로 누르고 우승하며 다시금 AI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대중들의 환기를 일으켰다. 이후 이전과 다르게 AI는 놀라운 발전 속도와 성능을 보여주며 발전하였는데, 이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전자기기 성능의 고도화에 따른 풍부한 데이터, 컴퓨터 성능의 비약적인 향상, 그리고 혁신적인 AI 알고리즘의 개발이 그것이다. 이에 더불어 2015년 구글의 Tensorflow와 Keras를 필두로, 2018년 PyTorch 등의 딥러닝 라이브러리들이 오픈소스로 공개되기 시작하며, 연구자, 산업체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손쉽게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AI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국내 조선해양산업 분야에서도 다방면에 AI 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에서는 ‘AI솔루션연구실’을 운영하여 자율운항 솔루션 HiNAS 시스템, 그리고 업계 최초의 AI를 접목한 통합안전관제시스템인 HiCAMS를 개발하였다. HiNAS는 선박의 최적 경로 파악과 위험회피 등을 담당하는 AI 항해사라면, HiCAMS를 선박 내부의 화재나 인명사고, 장치 이상 여부 등을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AI 갑판원이다. 대우조선해양 (현, 한화오션)은 조선업계 최초로 열간가공 작업에 AI 기술을 접목한 로봇인 ‘곡누리’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셀바스 AI’를 스마트 선박에 탑재하여, 항해 중 음성 교신을 인식하여 안전한 운항, 업무 효율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AI 기반 챗봇인 ‘SBOT’을 통해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그 의미를 분석하여 사내 시스템에 축적된 설계 노하우, 각종 규정 및 계약 정보를 통해 최적의 답변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처럼 최근의 스마트 선박/야드, 자율운항이라는 주제와 함께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AI라는 단어이다. AI를 기존의 기술에 접목함으로써, 이론 기반, 해석 기반의 한계가 존재하던 기술들 혹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기술들을 현실화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AI 기반 기술들에 뚜렷한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특히 조선해양산업의 특성상 보안, 기술 유출에 민감하기에 국내에서도 업계 간 데이터 공유가 쉽지 않으며, 사내에서도 데이터공유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조선해양산업은 타 분야에 비해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산업으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보수적인 시스템을 사용하여야 하기에, 과감히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서서히 조선해양산업에서도 AI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의 효용성이 커지는 추세이다.
점점 기술 분야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대한민국 조선해양산업이 이전과 같이 세계 1위 산업이라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산학연 모두 좀 더 유연한 사고방식과 열린 마음가짐으로 조선해양산업분야에 종사하는 개개인이 AI를 넘어선 가장 뛰어난 ‘지성체’임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프리쵸프 카프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2006, 범양사
-도모나가 신이치로, ‘양자역학의 세계상’, 2006, 전파과학사
-박재선, ‘혼자 공부하는 머신러닝+딥러닝’, 2020, 한빛미디어
-PAX경제TV, ‘한국조선해양 AI솔루션연구실, “AI활용 선박시스템 개발, 그 어려운 걸 우리가 해내지 말입니다.”’, 2022
-디지털데일리, ‘AI 챗봇이 고난도 ‘선박 설계’ 돕는다… 산성중공업 “챗GPT와도 연계 추진”, 2023
-TechWorld, ‘셀바스AI, ‘셀비노트’ 대우조선해양 스마트 선박에 적용’, 2022
-한경산업, ‘열간가공 로봇 ‘곡누리’ 개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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