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조선해양산업의 디지털전환과 스마트 야드
글 : 함승호 교수(창원대학교) / shham@changwon.ac.kr
Industry 4.0 또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 모든 제조업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스마트 팩토리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말 그대로 “똑똑한 공장”이라는 의미인데, 과연 똑똑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공정의 개선은 각각 장비의 자동화를 의미했기 때문에 전체 공정을 유기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똑똑한 공장에서는 장비 간 통신을 통해 전후 공정간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생산 환경을 만들어 낸다. 고장이나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대안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진다.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한 근간에는 바로 디지털화 (Digitalization)가 있다.
디지털은 데이터 (정보)를 0과 1의 두 가지 상태로만 생성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0과 1로 저장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이렇게 저장된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복원이 가능하며, 손쉽게 공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장비 간에 작업 상황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는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숙제가 주어진다.
조선소에서 배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일반적으로 야드 (Yard)라고 부르는데,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개념으로 “스마트 야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의 공장과는 다르게, 조선소를 한번쯤 떠올려보면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사람의 손으로 용접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그려진다. 그만큼 조선소의 스마트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 야드는 단순히 스마트 팩토리를 흉내내기에서 벗어나 조선업의 재도약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도 대두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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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선박의 건조 과정
현재의 생산은 입고된 철판을 절단하고, 가공하여 조립하여 블록을 제작하고, 블록을 이어 붙여 더 큰 블록을 만드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형 블록을 도크라는 한 자리에서 탑재함으로써 선박의 모양이 완성된다. 그 사이에는 도장, 선행의장 등의 추가적인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완성된 선박은 안벽으로 이동하여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설비가 추가되고, 시험을 거쳐 선주에게 인도된다. 1990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우리나라 조선소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고,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등의 노력에 힘입어 세계 1위의 조선해양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치킨 게임에서 우리나라 조선소는 힘없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조선소를 떠나기 시작했다. 현재 다시 호황기를 바라보고 있는 조선업에 드리운 그림자는 다름 아닌 인력 부족 문제이다. 타산업에서는 발빠르게 스마트화를 추진하였다면, 조선소는 현장 적용의 어려움과 필요성을 이유로 지지부진했던 스마트화를 누구보다 빨리 정착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스마트 야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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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가상 조선소
지금까지 설계에서 생성된 정보는 2D 도면으로 생산 현장에 전달되었다. 제작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고,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스마트 야드에서는 도면 없이 (Paperless) 3차원 모델을 기반으로 작업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3차원 모델 정보는 해당 협력사로 전달되어 별도의 모델링 작업 없이 생산이 가능해진다. 부재 위치도 모델 정보를 기반으로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으며, 변경 사항은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스마트 야드 공장 내부에서 진행되는 작업 상황은 실시간으로 가시화 (visualization)되며, 공정율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상황실에서는 전체 야드의 공정 상황이 전시되며 이에 따라 생산 계획이 수립된다. 위험 상황은 인공지능을 통해 인지하여 경고를 내리거나 장비의 동작을 멈추는 등 안전과 관련된 기능이 추가된다.
장비의 자동화 (automation)는 보다 더 고도화된다. 단순 작업에 대한 자동화가 주를 이루던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로봇들 간에 협업, 사람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절단, 가공, 용접, 도장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그림 3. 부재 설치 및 원격 검사
가상 현실 상에 구축된 조선소에서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했을 때의 생산성 향상이나 레이아웃 변경에 따른 개선 사항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작업 전에 가상 현실 상에서 설치 과정을 직접 수행해보고 현장에 투입되어 안전하고 빠른 작업이 가능해진다. 검사는 원격 검사 플랫폼 상에서 이루어지며, 현장에 방문할 필요없이 실시간으로 수행된다. 가상의 공간에서 시운전을 수행하고 실제 시운전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예측하여 빠르게 대응한다. 실제 시운전 상황은 육상에서 모니터링되고 실시간으로 관측이 가능해진다.
아직은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야드 구축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선 산업을 지탱했던 고기량자의 은퇴와 생산 인력의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높은 임금 체계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와는 다른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과 관련된 인력의 양성을 통해 스마트 야드 구축을 위한 역량을 모아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