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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회원간의 친밀한 교류를 통한 CDE학회의 발전

글 : 박 강 교수(명지대학교) / ka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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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학회활동을 왜 해야할까? 학회활동을 하는 공식적 이유와 목적은 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지만, 비공식적인 이유는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비공식적인 학회활동의 이유가 학회원들과의 친밀한 교류(?)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국내외 모든 학회의 활동이 위축되었으나 이제는 점차 회복되는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학회가 규모 면에서 더 성장하고, 내용 면에서 더 내실 있게 되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우리 학회에서 경험했던 친밀한 교류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우리 학회의 성격을 살펴보면, 현 한국CDE학회의 전신인 초창기의 한국CAD/CAM학회는 기존의 전통적 대형 학회와는 구별되는 몇 가지 큰 특징들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 특징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첫째는 첨단기술에 대한 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계, 산공, 조선,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학회였고, 셋째는 CAD/CAM 기술 및 인프라 보급확산이 필요했던 산업계와 학회와의 협력이 돈독했었고, 넷째는 삼차원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 우뇌가 담당하는 시각적, 공간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 분야를 많이 연구했었고, 다섯째로 (지금은 은퇴하신 원로 교수님들이 상당히 계시지만) 초창기의 한국CAD/CAM학회는 매우 젊은 학회였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 학회에서는 초창기 한국CAD/CAM학회 때의 첨단기술이었던 CAD/CAM 기술이 AI를 포함한 전혀 새로운 것들로 바뀌었지만, 첨단기술을 좋아하는 학회의 본질은 잘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우리 학회의 첫 번째 특징인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의 특징인 융합 또한 현재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 번째 특징이었던 산업계와 학회와의 협력은 다소 소원해진 상태이다. 이는 산업계의 기술 수준이 높아진 점도 있고 CAD/CAM 기술이 이미 성숙한 기술이 되면서 학계 역할이 줄어든 점도 있다. 현재 스마트팩토리와 BIM을 중심으로 산학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향후 학회 차원에서 어떻게 산업계의 관심과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학회가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찾아내고, 이를 위해 학회가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학회를 제도와 내용 면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특징인 우뇌를 요구하는 분야에 관한 연구는 우리 학회의 강점이자 앞으로도 장려해야 할 특징인 것 같다. 우리 학회에서 활동하는 분 중에서 우뇌가 발달한, 감성적이고, 공간 감각이 있고, 패셔너블하고, 독특한 멋진 분들이 많이 있다. 이런 분들과 깊이 교류하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학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학회의 마지막 특징인 젊은 학회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인재의 발굴과 이들을 학회 활동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산업계와 연구소와 대학 모두 최근에 입사하는 MZ세대들에 대하여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단체생활에 익숙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며,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것을 우선시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개인의 삶과 개성을 존중하는 MZ세대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봉사하는 학회의 특성상 학회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홀로 식사하고 줌으로 회의하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끈끈하게 협력하며 봉사해야 하는 학회 활동은 더욱 위축되었다. 하지만 우뇌가 발달한 우리 학회회원분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과 모이는 것을 즐거워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CAD/CAM학회를 이끄셨던 초기 회원 중에 학술대회나 학회행사에 참석할 때 반가운 친구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다고 고백(?)하신 분이 계신다. 이렇듯 우리 학회에 오면 반가운 친구가 있고, 그 친구들과 같이 연구하고 봉사하는 학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동고동락.... 학회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7년 여름 나단 축제 기간의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되었던 몽골학회에서의 사건이다. 칭기즈칸 공항에 내려서 칭기즈칸 호텔에 머물며 학술대회를 하고 칭기즈칸 식당에서 식사했다. (뭐든 가장 좋은 곳의 이름을 칭기즈칸으로 불렀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단체로 버스를 타고 몽골제국의 수도가 있었던 곳으로 이동 중에 있었던 사건이다. 몽골은 끝없는 초원이 이어져 있는 나라이다. 수도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면 인적이 거의 없는 지평선만 보이는 평원의 나라... 이 평원에는 차도가 따로 포장되어 있지 않고 자동차가 지나간 바퀴 자국을 따라 차량이 이동한다. 몽골의 초원은 평평하지만, 가끔 비가 오면 빗물이 흙을 쓸고 내려가서 길에 울퉁불퉁 작은 계곡을 만든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20인승 정도의 마이크로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런 곳을 문제없이 통과하였으나, 우리 팀은 대형 버스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그곳을 지나다가 버스의 앞과 뒤가 작은 계곡에 걸쳐져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인적이 없는 사막과 같은 허허벌판에 고립된 버스...버스 기사는 버스의 앞쪽과 뒤쪽을 파내어서 그곳에서 탈출하고자 노력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외로이 지내던 유목민에게서 삽 한 자루를 빌려왔고, 우리들은 모두 하차하여 한 줄로 늘어섰다. 삽으로 흙을 파고 지치면 맨 뒷줄에 다시 줄을 서고를 반복했다. 태양은 머리 위에 뜨겁고, 독수리들이 우리 머리 위를 천천히 선회하며 우리들이 지쳐 쓰러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과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힘을 합치고 지혜를 합쳐서 마침내 흙을 다 파내고 우리는 그날 숙소인 게르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옷은 흙을 뒤집어써서 더럽혀지고 몸은 지쳤지만, 그래도 한마음 한뜻으로 난관을 극복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몽골에서 이것뿐만 아니라 기억에 남는 많은 추억이 있었다. 게르에서의 즐거운 저녁시간, 밤하늘의 별, 그리고 말을 타고 평원을 달렸던 경험 등... 이런 경험들을 학회회원들과 함께하며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여러 가지 시대적 상황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등 학회활동을 활성화하는데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JCDE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고, 앞에서 언급한 우리 학회의 전통적인 특성을 잘 개발해 나간다면 우리 학회가 더욱 발전될 것으로 생각한다. 학회에서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고 친구들과 즐겁게 학회활동 하기를 희망한다. 한국CDE학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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