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자유기고

디지털 트윈에 대한 원론적 고찰

글 : 우종훈 교수(서울대학교) / j.woo@snu.ac.kr

조회수610

몇 년 전에 모 기업이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와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생산 현황이 3D로 가상화되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와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하여 최적 생산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커다란 대형 모니터들로 가득 찬 근사한 관제실이 함께 등장하여 미래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얼마 후 과제 협의 차 해당 기업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마침 미팅 장소가 기사에 나왔던 관제실 근처에 있어 해당 관제실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불이 꺼져 있어 아쉬움을 삼켰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몇 번 해당 관제실을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한 번도 관제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적은 없다. 나중에 지인을 통해 듣게 된 얘기로는 해당 관제실은 생산성 향상과 관련된 실질적인 효용성이 없어 거의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등장 이후 쏟아져 나온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물결은 제조업 분야에도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는 제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기술로 저마다 도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트윈을 도입한다고 하는 기업들을 보면 많은 경우 새로운 개념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3D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있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서두에 소개한 사례와 같이 가까이 접근하여 보게 되면 실제 시스템의 센서와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상태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통적인 생산 시뮬레이션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조금 과장하면 어떤 관점에서 보면 시뮬레이션이라기보다는 3D로 포장된 대시보드(dashboard)같다는 생각도 한다.

사실 오늘날 디지털 트윈은 새로운 공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기존에 해결하지 못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다기보다는 새로운 최신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제조 기업들의 니즈를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충족시켜 가는 과정에서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어 왜곡된 형태로 구축되어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본고에서는 디지털 트윈에 대한 짧은 역사와 디지털 트윈의 본질적인 측면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가 GE(General Electric)에 의해 최초로 소개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디지털 트윈 개념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Michael Grieves가 Conceptual Idea for PLM을 소개하면서라고 보는것이 타당하다. 이후 Grieves는 2006년 그의 저서(Grieves 2006)에서 관련 내용을 상세화하였다. 이후 GE가 항공기 엔진의 예지보존을 위해 자사의 프리딕스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일종의 마케팅 목적으로 디지털 트윈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GE가 Grieves의 내용을 참고했었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이후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산업으로 급속하게 전파되었다. 그 이후 누구나 디지털 트윈을 언급할 때면 GE와 프리딕스 플랫폼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서 각자의 스키마로 더해 디지털 트윈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디지털 트윈에 대한 잘못된 맹신을 가져올 수 있다. 오늘날 디지털 트윈이라는(기술이라기보다는) 개념은 PLM의 등장과 함께 제품 모델과 M&S(Modeling and Simulation)이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파생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트윈의 본질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Michael Grieves의 제품모델에 대한 6가지 요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Michael Grieves은 제품모델에 필요한 6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Grieves 2006). 여기에서 제품만이 아니라 생산 시스템을 포함하여 디지털 트윈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대상에 대한 모델도 동일한 기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관점에 따라 바꾸어 생각해도 무방하다.



첫 번째 Singularity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이터와 정보의 유일성을 의미한다. 필요한 데이터나 정보가 유일하지 않고 서로 다른 파일에 담겨 있게 되면 혼동이 발생하게 된다. 서로 다른 파일의 기록 시간, 접속 사용자 등을 고려하여 올바른 데이터를 구별해야 하는데 이러한 선별 작업 자체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낭비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데이터나 정보를 식별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정보 시스템은 동일한 데이터 또는 정보에 대한 복수 사용자의 접근에 대하여 유일성을 보장하고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선진화된 코드 체계, 버전 관리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 요소를 적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Correspondece는 물리 객체와 물리 객체에 대한 데이터 또는 정보 모델과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설명만으로 보면 모호함이 있지만, 일종의 모델링이라고 이해하면 원문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 물리 객체의 눈에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나 재질, 물리적 특성 등이 모델에 반영되어야 제품 모델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요건은 사실상 모델링이라는 행위 자체를 정의하고 있다.

세 번째 Cohesion은 사용자의 관점과 요구 조건에 따라 제품 모델에 반영되어야 하는 데이터와 정보가 달라질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Cohesion의 사전적 의미는 ‘응집’, ‘결합’의 의미로, 여기에서는 하나의 실체적 물리 객체가 지니는 다양한 특성들이 제품 모델에 응집(또는 결합)되어 있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적합한 특성 데이터 및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박이라는 물리적 객체가 존재할 때 구조해석 사용자와 유체역학 사용자가 필요한 데이터는 다르다. 유체해석 사용자의 경우에는 주 관심사가 부유체 운동이기 때문에 선박의 외형에 대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반면 구조해석 사용자의 경우에는 선박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의 보강재와 격벽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보다 정확한 구조해석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요건은 모델링이라는 행위에 있어 사용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해상도를 가지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Traceability는 모델의 데이터와 정보가 시간 흐름에 따라 변경될 경우 변경되어 온 데이터 및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프로그램 개발 분야 및 요구 공학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시간 흐름 또는 프로세스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데이터 및 정보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변화 히스토리에 대한 데이터 및 정보의 연결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품 모델의 경우에도 제품은 개발 및 생산 흐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러한 추적 연결 관계에 의해 연관된 데이터 및 정보를 탐색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식별할 수 있다. 이 요건은 모델에 대한 직접적인 요건이라기 보다는 singularity 요건과 함께 모델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야 하는 기능적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Reflectiveness는 물리 객체를 가상 객체(여기에서는 제품 모델)와 연결하고, 물리 객체의 데이터 및 정보를 획득하여 가상 객체에 전달(모델의 관저에서는 동기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IoT와 연관되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Reflectiveness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트윈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물리 객체(예를 들어 GE 디지털 트윈 사례의 경우 제트 엔진)의 가동 정보를 획득하고 이 데이터 및 정보가 가상 객체(또는 제품 모델)로 전달되어 가상 객체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디지털 트윈의 전형적인 운영 시나리오이다. 사실상 reflectiveness가 전통적인 제품모델과 디지털 트윈을 구분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제품모델도 reflectiveness 요건을 갖추어야 했지만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수준이 부족했었고, IoT로 대표되는 센싱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트윈은 이 요건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실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Cued availability는 직역을 하면 ‘가용한 단서’라고 할 수 있고 약간의 의역을 첨가하면 ‘분석을 통해 도출된 유효한 인사이트’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6가지 필요조건 중 가장 모호한 표현이지만 의미는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Reflectiveness가 실제 세계의 데이터를 가상 세계(제품모델 또는 디지털 트윈)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cued availability는 제폼모델(또는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시뮬레이션(M&S)을 통해 도출된 정보를 실제 세계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때 실제 세계로 전달되는 정보는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분석을 통해 도출된 최적화된 대응 방안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cued availability으로부터 파생되는 추가 필요조건은 (준)실시간 요건이다. 시뮬레이션에 오랜 시간이 걸려 실제 세계에서 필요한 시점을 지나 전달되는 정보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점이 중요하고, 이는 디지털 트윈이 트윈이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요건이 된다.

이상의 6가지 요건을 요약해보면, 성공적인 제품모델(또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의 소스가 통합(singularity)되어야 하고, 물리 객체의 속성을 반영(correspondence) 해야 한다. 또한, 모델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적합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기능이 선택적으로 반영(cohesion)되어 있어야 한다. 제품모델의 속성과 기능에 대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적 요소들은 추적가능(traceability)한 구조로 되어 과거 어느 시점이든 확인이 가능하도록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세계의 변화하고 있는 상태 정보를 모델과 동기화(reflectiveness)하여 모델이 실제 세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품모델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실제 세계에 피드백(Cued Availability)할 수 있어야 한다. 

2006년에 소개된 이러한 제품모델의 요건들은 오늘날 디지털 트윈을 정의함에 모자람이 없다. 예를 들어, correspondence와 cohesion은 디지털 트윈을 모델링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이고, reflectivness는 디지털 트윈이 실제 세계의 실시간 상태 정보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용어 관점에서의 디지털 트윈은 GE의 자사 플랫폼 마케팅 과정에서 널리 알려졌지만, 보다 원론적으로는 제품모델이 갖추어야하는 6요소가 충실히 구현될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M&S가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 등장한 하나의 트랜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전통적인 제품모델과 디지털 트윈의 차별성에 대한 직설적인 답변으로는‘근본적인 차별성이 거의 없다.’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제품모델이든 디지털 트윈이든 분석 대상에 대한 모델화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그 예측 결과를 이용해 선제적인 대응을 한다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거의 없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근본적인 차별성이 없기는 하지만 IT 기술의 발전에 의해 과거에는 불가능하던 요건 구현이 이제는 가능해지고 있는 부분(reflectiveness, cued availability)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디지털 트윈을 부정하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디지털 트윈은 제조 IT 연구 분야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트윈이 제대로 진화하여 제품모델과 M&S 분야가 한 단계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싶다. 다만, 우리 제조기업들과 연구자들이 이러한 기회를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피상적으로 접근하거나 또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세력에 이용당함으로써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효성 있는 성공적인 디지털 트윈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Grieves, M. (2006).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Driving the Next Generation of Lean Thinking. New York, McGraw-Hill.



사단법인 한국CDE학회(구 한국CAD/CAM학회)
(06130)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한국과학기술회관 1관 909호 | Tel: 02-501-6862 | Fax: 02-501-6863 | E-mail: info@cde.or.kr

대표이사: 유병현 / 사업자등록번호: 220-82-60063

Copyright© 2023. Society for Computational Design and Engineering. All rights